2011년 9월 14일 수요일

한게임의 '테라', 일본시장에서 잘될까

<아이뉴스24>
[김상하] 다른 나라에 제품이 유통된다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를 얼마만큼 이해하느냐의 척도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 나라마다 독특한 민족성과 문화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끌어안는 것이 현지화의 첫 걸음이다. 한국 게임 '테라'가 일본에 진출했지만 일본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이용자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다.
일본 최대의 전자상가인 아키하바라. 일본 최대의 명절인 오봉(お盆) 시즌을 맞이해 아키하바라에는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렸다. 올해 오봉은 대부분의 회사가 8월15~16일 이틀 동안을 쉬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8월12일~16일까지의 긴 연휴를 얻을 수 있었고, 이런 연휴 시즌이 되면 상가들은 대목을 맞이해 각종 세일이나 이벤트 등을 준비한다.
아키하바라도 역시 대부분의 매장들이 오봉을 맞아 세일을 실시했다. 하지만 올해 아키하바라의 오봉은 그다지 즐겁지 못하다. 아니, 정확히는 PC 매장들의 오봉이 즐겁지 못하다.
◆오봉시즌 맞았지만 컴퓨터 매장 썰렁
8월12일부터 14일까지 도쿄 빅사이트에서는 일본 최대의 만화 동인지 행사인 코믹마켓이 개최되었다. 이로 인해서 코믹마켓 개최와 동시에 수많은 신간 동인지나 각종 굿즈 등이 아키하바라의 오타쿠 샵 등에서 판매가 해금되었는데, 이로 인해 발디딜 틈도 없을 정도의 인파가 아키하바라 상점가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컴퓨터 매장들은 썰렁한 분위기였다.

아키하바라의 PC 매장들은 작년 오봉에 비해서도 사람들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우는 소리를 한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원인으로 드는 것이 특별히 업그레이드를 할만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전체 PC 사용 인구의 절반 이상이 노트북을 사용한다. 실제 데스크톱PC의 점유율은 40% 정도에 불구한데, 이 가운데도 사무용 PC가 워낙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실제 가정에서 데스크톱 PC가 차지하는 비율은 10% 안팎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데스크톱 PC도 대부분이 대기업에서 제작한 완성형 PC다. 실제로 자작PC(조립PC)를 사용하는 PC사용자의 수는 전체의 1~2%에 불구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국의 3배나 되는 인구와 높은 PC보급율 등에 힘입어 일본의 조립PC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큰 시장에 속한다. 그리고 이런 자작PC를 사용하는 마니아층이 업그레이드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게임을 하기 위해서다. 즉, 업그레이드를 유도할만큼 고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이 없다면 업그레이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작년에는 '파이널판타지14'와 '아이온'이라는 2개의 킬러 타이틀이 존재했기 때문에 10대에서 40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용자들이 PC를 업그레이드 했지만, 올해는 그러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키하바라의 PC매장들에서 그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이 바로 테라(TERA)다.
◆한국게임 테라, 고가정책 이용자 불만
당초 일본의 PC 업체들은 TERA의 일본 서비스와 동시에 상당한 수의 PC가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한게임저팬이 TERA의 서비스 요금을 월정액 3천엔으로 발표하면서 일본의 온라인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는 큰 논란이 일었다. 일본에서도 월정액 3천엔은 상식적이지 않은 비싼 사용료고, 한국에서는 TERA가 월정액과 아이템 과금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요금 체계라는 것이 일본에도 알려질대로 알려진 상태라 유저들의 반발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상황이다.
이런 영향으로 인해 많은 유저들이 TERA의 서비스에 맞춰 PC를 업그레이드 하려던 계획을 뒤로 미루면서 오봉 시즌의 PC 매장들은 파리만 날리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TERA의 일본 내 정식 서비스가 8월18일 시작된 것을 생각하면 이번 오봉 시즌이 아니면 PC를 업그레이드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것을 생각할 때, Win-Win 게임이 될 수도 있었던 것이 어느 쪽도 얻은 것 없는 게임이 되어 버린 인상이다.
사실 아키하바라는 이미 더 이상 PC나 주변기기 수요를 발생시킬 이렇다할 이슈가 없는 상황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인텔의 신형 CPU나 LED 모니터 붐 등에 힘입어서 상당한 수요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작년부터 갑자기 스마트폰과 타블렛이 IT 업계의 큰 이슈가 되면서 상당한 영역을 스마트폰 등에게 빼앗기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PC를 업그레이드하기 보다는 PC는 지금 있는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쓸만한 타블렛을 하나 구입하는 쪽으로 많이 돌아선 탓에 오히려 PC 주변기기보다 타블렛이나 스마트폰용 주변기기가 더 잘 팔리는 것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이제는 매장 어디를 가도 PC용 스피커 코너보다도 아이폰을 연결할 수 있는 독이 딸려 있는 스피커 시스템이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아키하바라의 PC 매장들은 한국산 MMORPG 게임들과 일종의 공생관계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리니지2가 일본에 들어오던 시절부터 의도적으로 업그레이드를 유도해 많은 유저들을 온라인 게임으로 끌어들이고, 더불어 매장들은 PC 수요도 늘리는 그런 관계였다.
이런 상호 공생으로 인해서 한국산 MMORPG가 일본 내에서 성장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오봉 직전에도 수요를 이끌어 내지 못한 TERA의 일본 서비스는 초반에 다소의 고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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